| 부동산정책, 사실 외면한 정치성 주장은 위험
인수위 ‘유동성 관리·공급 소홀’ 지적, 사실과 달라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공약의 타당성과 실현가능성 등을 점검하고 이를 현실에 접목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일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주요 역할이다. 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현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는 무엇보다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자신들의 공약에 집착해 사실을 꿰맞추거나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야당시절, 정치적 계산을 앞세워 정부정책을 반대하던 명분이나 태도에 연연한다면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에 근거한 책임 있는 주장과 평가는 ‘성공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요건이기 때문이다.
‘이자폭탄’ 비난 들어가며 유동성관리에 최선
인수위는 7일 브리핑에서 과거 부동산정책의 문제로,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과 수요 억제 정책은 유동성 규제를 기본으로 하고 조세정책은 보조적인 정책이어야 하는데 이것이 전도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참여정부는 투기억제와 함께 대출규제를 통한 유동성 관리에도 역량을 쏟아왔다. 2006년 3·30대책, 11·15대책, 2007년 1·11대책 등이 그것이다.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 강화를 통해 사전에 가계와 금융기관의 동반부실을 막고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었다.
참여정부의 유동성 관리는 일부 언론이 ‘이자폭탄’ 운운하며 ‘부동산정책에 올인하다 경제 결딴내나’고 시비할 정도였다. 대출규제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높이고 이 같은 가계부실이 경기위축, 집값 급락으로 이어지면 가계발(發)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는 식이었다. 그런 ‘경고’까지 들어가며 유동성 관리를 해온 정부에게 마치 책무를 소홀히 한 것처럼 정책 전도 운운하는 것은 실상을 왜곡하는 일이다. 책임 있는 발언도, 솔직한 평가도 아니다.
공급 문제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는 연간 50만호 주택 공급을 공약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공급정책의 상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용적률을 상향조정하고 재건축, 재개발사업 활성화를 촉진하겠다는 공약에 대해 같은날 브리핑에서 “시장 안정이 담보되고 철저한 개발이익 환수가 완비되는 것을 전제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임대주택법안…공급확대, 누가 발목잡고 있나
공급 문제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면 관련 정책부터 살펴보는 게 순리다. 2007년까지 4년간 참여정부의 주택건설 실적은 49만호를 넘는다. 역대 정부 5년과 비교할 때 덜한 수치가 아니다(노태우 정부 54만호, 김영삼 정부 62만호, 김대중 정부 46만호). 공급정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참여정부는 2006년 8·31 대책에서 실질적인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향후 5년간 수도권에 1500만평의 부지를 추가로 확보하고, 공공부문의 역할을 크게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2007년 1·31대책을 통해 공공이나 재정이 아닌 ‘민간 펀드’를 조성해 2017년까지 매년 5만호, 총 50만호의 비축용 장기임대주택을 마련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지난해 2월 국회에 제출한 임대주택법안은 바로 1·31대책의 후속 입법으로 추진한 것이다. 새 정부가 부동산정책으로 첫손에 꼽는 공급 확대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비축용 임대주택사업은 서민의 주거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이고,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에 대비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대주택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의 직무유기이다. 차기 집권당인 한나라당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급정책을 시급한 사안으로 두면서 정작 공급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아닌가.
검증 없는 일방적 받아쓰기, 언론의 직무유기
인수위는 이 같은 일련의 사실들을 외면하고 언론은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받아쓰기만 하고 있다. 언론의 직무유기이다. 인수위 활동도 대국민 보고의 일환이라고 한다면, 이는 국민들에게 사실과 다른 보고를 하는 것이고 여기에 대한 검증도, 비판도 없는 셈이다.
부동산세제 문제도 그렇다. 한나라당은 대선 공약집에서 주택공급 확대, 부동산 세제개선 등을 통해 국민들의 수요에 맞는 부동산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완화 문제에 대해 “대선 공약에서 1년 정도 시행 경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며 “앞으로 부동산시장의 여건을 봐서 종부세, 양도세 문제 등을 더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내집마련에 대한 서민들의 기대와 투기세력의 기대는 엄밀히 선을 그어야 한다. 전자는 부동산정책을 통해 실현해야 할 일이고 후자는 철저히 배격해야 할 사안이다. 1년 정도 경과를 보고 부동산 세제 개편을 결정하겠다는 식의 방침은 오히려 투기세력의 기대를 살려놓는 일이 될 수 있다. 작은 후퇴 기미만 보여도 부동산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은 누차 확인해온 것 아닌가. 인수위 말대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가격안정”이라고 한다면 굳이 1년이라는 꼬리표를 붙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사실에 근거해 당당하고 책임 있게 평가해야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는 고스란히 인수위의 일거수일투족을 향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인수위는 사실에 근거해서 책임 있게 말해야 한다. 부동산세제, 공급, 유동성 관리 등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인수위의 주장과 평가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 야당시절 정부정책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고 대선 이후 참여정부와 차별화에만 연연한 결과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5년을 책임져야할 자리에 선 사람들 아닌가.
국민들을 위해 필요하고 타당한 정책이라면 유지·발전시키고 그렇지 않은 정책이라면 단절하면 된다. 그게 떳떳하고 책임 있는 태도다. 전제는, 그 같은 평가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공약을 합리화하거나 과거 비판에 대한 구색 맞추기를 위해 사실을 외면하고 꿰맞추기 식 평가를 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출처 - 청와대 홍보수석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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